폐경기에 복용하는 호르몬 요법제 약의 진실
[독자 편지] "한국 여성 제대로 대처 못해 안타까워요"
■ 폐경기
'한국폐경여성의 달'(11월)을 맞아 관련 학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한국 여성들이 유럽 중년 여성들에 비해 갱년기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의 폐경기 여성 중 호르몬 요법제를 투여받는 사람이 10명 중 채 1명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연구들은 호르몬 요법제가 안면홍조나 질 건조증과 같은 폐경 증상에 가장 효과적인 처방임을 보여준다. 또 폐경기에 사용을 시작하면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과 대장암을 감소시켜 주고, 초기 폐경기에 사용 시에는 심근경색증을 감소시킨다. 호르몬 치료를 받는 여성들
이 치료를 받지 않은 여성보다 사망률이 30%나 감소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이점이 많은데도 한국 여성들이 호르몬 요법에 거부감을 갖는 것은 호르몬 제제가 유방암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2002년 미국의 연구 결과 때문이라고 들었다. 당시 호르몬 치료가 심장발작이나 뇌졸중, 유방암, 혈전 발생의 위험을 높인다고 발표됐는데, 이 연구는 치료에 참가한 여성들의 평균 나이가 63세라는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다. 폐경이 된 지 오래된 여성들은 호르몬 치료를 하더라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당시 연구에서는 이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유방암은 초경 연령, 폐경 연령, 가족력, 체중 등 다양한 인자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 호르몬 제제가 유방암의 발생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
유럽의 중년 여성들은 갱년기를 오히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받아들인다.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이전하는 한국도 중장년 여성의 의미 있는 삶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건강한 몸을 지켜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어가길 바란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