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癌 조기 치료 금지 주장 타당성 없어
갑상선癌 조기 치료 금지 주장 타당성 없어
2014.04.02
같은 암이라도 경과가 천차만별이며, 예상했던 치료 결과와 다른 결과를 만나는 일이 흔하다. 갑상선암도 암이므로 예상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수년간 치료를 미루다가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가 돼서 병원을 다시 찾는 안타까운 상황을 종종 본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새로 갑상선암에 걸리는 사람은 약 3만5000명인데(2013년 중앙암등록본부 발표), 4500~6000명은 치료해도 재발하거나,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거나, 또는 갑상선암으로 사망한다.
최근 갑상선암과 관련된 논란의 핵심은 "갑상선암은 무조건 오래 사는 병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나 조기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의 타당성이다. 과연 그런가? 2011년 암등록통계를 보면, 1990년대 초·중반 치료받은 갑상선암 환자의 10년 생존율(완치율)은 92%였으나, 초음파 검진이 일반화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10년 갑상선암 생존율은 98%로 높아졌다. 환자 100명 중 예전에는 사망했을 6명이 목숨을 건지게 된 것이다.
갑상선암을 초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갑상선을 일부분만 제거해도 되므로 방사성동위원소 치료가 필요 없고 평생 갑상선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 초기 암이라고 몇 년씩 지켜보면 많은 경우 결국 갑상선을 모두 떼어내게 된다. 그뿐 아니라 진행된 암에서는 수술 범위가 커져 목소리를 잃는 등 합병증의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다. 환자 삶의 질이 천양지차로 달라지는 것이다. 초기 암을 일부러 진행시킨 후에 치료하라는 의견은 어떤 통계수치를 들이대더라도 의학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수긍하기 힘든 면이 있다.
물론, 아주 작은 갑상선암은 치료를 서두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환자가 원하면 전문가들이 정한 가이드라인을 따라 수술하지 않고 관찰할 수 있다. 이는 갑상선암 전문의들이 환자와 고민하고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지, 갑상선암 비전문가나 국가가 "일정 크기 이하의 암은 일률적으로 치료하지 말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다른 암처럼 갑상선암도 아직까지 의학적으로 풀지 못한 의문점이 많다. 질환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에 근거하여 진료하고 수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갑상선암 치료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되풀이하는 비상식적인 주장에 흔들리지 말고,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