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만 갑상선암은 수술 안 해도 된다고?
1㎝ 미만 갑상선암은 수술 안 해도 된다고?
박정수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 병원 갑상선 암센터 교수
조선일보 2013.08.21
박정수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 병원 갑상선 암센터 교수 최근 갑상선암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떠돈다. '일본에선 갑상선암이 1㎝ 넘지 않으면 어떤 처치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1㎝ 미만은 수술받지 않고 지켜만 봐도 생명에 지장이 없다' '한국은 과잉 진단으로 과잉 공포를 불러온다'는 식의 주장들이다.
일본에서 1㎝ 미만 갑상선암에 수술을 즉시 하지 않고 관찰만 하다가 암이 나빠지는 증거가 있을 때 수술한다는 병원은 딱 두 곳이다. 고베의 구마병원과 도쿄에 있는 암연구소 부속병원이다. 일본 최고의 갑상선 전문병원인 노구치병원을 위시해 나머지 병원은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암이라고 진단되면 수술을 한다. 1㎝가 안 되더라도 병리생리와 유전자변이 소견이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구마병원도 1㎝ 미만 암일지라도 피막을 침범했고 림프절까지 전이됐거나 암의 위치가 식도·기도·성대신경 근처면 수술을 권유한다.
갑상선암의 크기가 작다고 다 초기 암이 아니다. 2009년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의 연구 결과를 보면 1㎝ 갑상선암 환자 698명 중 27명은 암으로 진단됐을 때 이미 암이 갑상선 밖으로 퍼져 있었고, 10명은 폐 같은 원격 장기에 전이가 있었다.
게다가 1㎝ 미만 암도 재발할 수 있고, 사망자가 생길 수 있다. 4년 이내에 38명(6.2%)이 재발했고, 1명은 사망했다. 일본 노구치병원에서 1㎝ 미만 암 환자 2030명을 35년간 추적조사했더니 크기가 0.6~1.0㎝이면 재발률 14%였고, 0.5㎝ 미만이면 3.3%였다. 2011년 미국 전역에서 1㎝ 미만 갑상선암 환자 1만8445명을 조사한 결과 0.5%가 사망했다. 따라서 1㎝ 미만은 수술받지 않고 지켜만 봐도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주장은 근거 없다. 지난 2008년 미국 갑상선학회는 진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해서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초기 암의 크기를 1㎝에서 0.5㎝로 낮췄다.
최근 갑상선암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가 정밀 초음파검사로 1㎝ 미만 암이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것만 갖고는 모든 현상이 설명되지 않는다. 1㎝ 이상 크기의 암도 함께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원인 규명이 필요한 대목이지, 과잉 진단으로 갑상선암이 많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 다른 종류의 암과 마찬가지로 갑상선암도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모든 암은 아주 작은 암세포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